충전기·케이블

보조배터리 20000mAh 샀는데 왜 반밖에 안 채워질까 — 표시용량과 실사용량 사이, 최대 69%의 간극

보조배터리를 살 때 가장 먼저 보는 숫자는 mAh입니다. 20000mAh짜리를 샀으니 폰(보통 4500~5000mAh급)을 서너 번은 채울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두 번 반쯤에서 배터리가 바닥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고장이 아닙니다. 포장에 적힌 mAh는 보조배터리 안 배터리 셀의 정격용량이고, 폰에 실제로 흘러들어가는 용량은 전압을 바꾸고 회로를 거치면서 그보다 한참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 차이가 왜 생기고, 얼마나 나는지, 사기 전 라벨에서 뭘 확인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민재
김민재 충전·전원 에디터·2026.08.31·읽기 5분·조회 48

사무실 책상에서 노트북 옆에 보조배터리를 연결하는 모습

표시용량은 '셀 기준', 폰에 들어가는 건 '5V 기준'

보조배터리 안에는 3.7V 리튬이온 셀이 들어 있습니다. 20000mAh라는 숫자는 이 3.7V 셀 기준 용량입니다. 그런데 USB로 폰에 전달할 때는 5V(또는 PD 협상 전압)로 승압해야 하는데, 전압을 올리면 전류(용량)는 그만큼 낮아집니다. 여기에 승압 회로 자체의 효율 손실(보통 80~90%대)과 케이블 저항이 더해지면서, 실제로 폰에 들어가는 용량은 표시치보다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폰 배터리 역시 3.7~3.9V급 셀을 쓰지만 제조사가 셀 기준 mAh를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숫자를 같은 저울에 올려 비교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셀 기준 숫자"와 "USB로 전달된 뒤의 숫자"를 비교하는 셈이라 오차가 생깁니다.

국내 실측으로 확인된 손실 폭

한국소비자원이 시중 보조배터리를 대상으로 실시한 비교 시험에서는 표시용량 대비 실제 충전 가능한 용량이 제품에 따라 최대 69% 수준에 그친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즉 20000mAh 제품이라도 실사용 가능한 용량은 최선의 경우에도 표시치의 7할 안팎이고, 제품·환경에 따라 이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특정 브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3.7V→5V 변환 구조 자체에서 비롯되는 공통 현상입니다.

손실 구간원인대략적 영향
전압 변환(3.7V→5V/PD)승압 시 용량이 전압 비율만큼 줄어듦이론상 약 26% 감소
승압 회로 효율변환 과정의 발열·손실추가 10~20% 감소
케이블·커넥터 저항길이·굵기에 따른 전압강하제품별 수 %대 변동
종합(실측 기준)위 손실이 누적된 결과표시용량 대비 최대 69% 수준(소비자원 실측)

내 폰을 몇 번 채울 수 있는지 계산하는 법

정확한 실사용 용량은 제품마다 다르지만, 대략적인 감을 잡는 계산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사용 mAh ≈ 표시 mAh × (3.7 ÷ 출력전압) × 효율(0.8~0.85). 예를 들어 20000mAh 제품을 5V 기준으로 계산하면 20000 × (3.7/5) × 0.85 ≈ 12580mAh 정도가 나옵니다. 폰 배터리가 4500mAh라면 이론상 2.7회 분량으로, "3~4번은 채울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확실히 적습니다. PD 고속충전(9V·12V 등 더 높은 전압)으로 협상되면 전압비가 더 벌어져 실사용 용량은 이보다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표시용량5V 기준 실사용(추정)4500mAh 폰 충전 가능 횟수(추정)
10000mAh약 6,000~6,300mAh약 1.3회
20000mAh약 12,000~12,600mAh약 2.7회
30000mAh약 18,000~18,900mAh약 4.1회

원목 책상 위에서 보조배터리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모습

왜 브랜드마다 "체감"이 다른가 — 표기 방식의 차이

국내 전기용품안전기준은 2차전지 보조배터리의 정격용량을 배터리(셀) 용량 기준으로 표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제조사가 "20000mAh"라고 적을 때 그 숫자 자체는 규정을 벗어난 과장이 아니라, 셀 기준으로는 사실인 값입니다. 문제는 소비자가 이 숫자를 폰 배터리 mAh와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 버리는 데서 생깁니다. 일부 해외 제품은 Wh(와트시) 단위를 병기하기도 하는데, Wh는 전압에 관계없이 에너지량을 나타내는 값이라 비교가 더 직관적입니다. 기내 반입 기준도 mAh가 아니라 Wh로 매겨진다는 점도 같은 맥락입니다.

효율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조합

손실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조합을 잘 맞추면 체감 차이는 줄일 수 있습니다. 첫째, 저전력 충전(5V)보다 PD 규격에 맞는 전압으로 협상되도록 정품 또는 인증된 고속충전 어댑터·케이블을 쓰는 편이 변환 단계에서 생기는 손실을 줄입니다. 둘째, 케이블이 얇고 길수록 저항으로 인한 전압강하가 커진다는 점을 감안해, 보조배터리 동봉 케이블보다는 굵은 규격 케이블을 짧게 쓰는 편이 유리합니다. 셋째, 겨울철 저온 환경에서는 리튬이온 셀 자체의 방전 효율이 떨어져 손실이 더 커질 수 있어, 상온 보관·사용이 권장됩니다.

어두운 배경에서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을 클로즈업으로 촬영한 모습

사기 전 라벨에서 확인할 세 가지

  • 정격용량(mAh) 옆 Wh 표기 여부 — Wh가 함께 적혀 있으면 실제 에너지량 비교가 더 쉽고, 항공기 반입 기준 확인에도 바로 씁니다.
  • 출력 전압·와트 — 5V 단일 출력인지 PD 9V·12V 이상을 지원하는지에 따라 변환 손실 폭이 달라집니다.
  • KC 인증 여부 — 전기용품안전기준을 통과한 제품인지, 제품안전정보센터(safetykorea.kr)에서 안전확인 신고번호로 조회되는지 확인합니다. 번호가 조회되지 않는 제품은 표시용량 신뢰도 자체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결국 "20000mAh인데 왜 다 안 채워지나"라는 질문의 답은 고장이 아니라 표시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매 전에는 표시 mAh만 보고 비교하기보다, 실사용 비율을 감안한 대략치로 필요한 용량을 한 단계 넉넉하게 잡는 편이 실망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민재
김민재 · 충전·전원 에디터

PD·GaN·케이블 등급 등 충전 규격을 알기 쉽게 풀어 씁니다. 모든 콘텐츠는 편집 기준에 따라 검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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